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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재밌는/채소다방

[독립출판] 9. 인쇄소 찾기- 용성 문화사

by 희;hee 2020. 9. 1.

책을 준비하면서 '좋은 인쇄소 찾기'가 가장 힘들고 어려운 미션이 될 거로 생각했다.

독립출판 워크숍을 들었던 것도 이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했던 이유다.

 

누구나 출판을 할 수 있는 시대답게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인쇄소가 있었다.

출판사에서 근무했으면서도 인쇄소는 나와는 다른 세상 이야기라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때 좀 관심을 두고 알아둘 걸 후회가 밀려왔다.

세상에 필요 없는 배움은 없구나! 뭐든지 배워두면 쓰이는 곳이 있단 걸 피부로 경험했다.

 

직접 발로 뛰며 여러 인쇄소를 방문하고 싶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을지로 근처를 돌아다니며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워크숍을 통해 온라인에서도 충분히 인쇄가 가능하겠구나 싶어서 온·오프라인으로 범위를 넓혀 알아보기로 정했다.

그래도 우선순위는 직접 눈으로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오프라인 인쇄소로 정하기로 약속을 했다.

 

독립출판, 1인 출판 인쇄라고 검색을 하면 많은 블로그 글들과 사이트가 나온다.

구글과 네이버에서 나오는 인쇄 관련 글은 다 읽어본 것 같다. 봤던 글을 또 보고, 들어갔던 사이트를 또 들어가 보고.

온라인 인쇄 사이트에서 우리 책 스펙을 입력하여 대략적인 인쇄 금액대를 확인하니 업체 비교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그러던 중 가장 마음이 가는 블로그 글 하나를 발견했고, 한 인쇄소를 알게 됐다.

그분의 글이 좋았던 걸까…. 그냥 그 인쇄소를 보자마자 느낌이 좋았다. 우리 책은 여기서 만들어지겠구나 싶은 촉이 왔다.

 

바로 다음 날 전화로 견적서 문의 겸 방문 약속을 잡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이트를 통해서 견적 문의가 가능하더라...

뭐 미리 사이트에서 견적 문의가 가능한 사실을 알았더라도 직접 방문해서 물어봤을 거다.

여기 아니면 그냥 온라인에서 견적 넣고 만들려고 했기에 때문에.

종이 소재도 만져보고 궁금했던 부분도 여쭤보면 책이 조금 더 내 상상에 가깝게 만들어질 테니

직접 방문한 일은 잘한 선택이라 확신했다.


용성 문화사

과장님한테 연락하는게 가장 빠른 답변을 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 http://youngsungmh.co.kr/home/

영업 및 문의를 담당하시는 과장님이 참 친절하셔서 방문 전부터 기분이 좋았고, 기대도 컸다.

위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7번 출구로 나오면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1층은 인쇄를 하는 곳이고, 2층으로 올라오면 사무실이 있다. 

1시간 정도 과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속으로 이곳에서 제작해야겠단 마음을 먹었다. 그만큼 만족스러운 미팅이었다.

 

좀 더 자세한 후기를 쓰자면

담당하신 책들을 예시로 보여주시면서 종이 재질에 관해 설명해주신 점이 좋았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책을 넘길 때 느껴지는 종이의 촉감이다.

그만큼 종이 재질을 직접 느끼며 선택할 수 있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이 종이로 했을 땐 이런 느낌이고, 제작하는 장수로 하면 종이 무게는 이 정도가 정당하다 등 친절히 안내해 주시는 건 기본이고,

책을 만들 때 주의해야 할 점이나 데이터 실수 등을 알려주셔서 또 다른 독립출판 워크숍을 다녀온 느낌이었다.

확실히 독립출판물도 여러번 작업하셔서 그런지 우리 상황에 필요한 정보들을 많이 알려주셔서 감사했다.

독립출판의 매력은 적은 부수라도, 직접 출판 일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이런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정말로 귀하고 감사한 일이다.

 

몇 부를 할지 결정한 후 다음 날 용성문화사에서 <채소다방>을 인쇄하기로 했다.

(인쇄 비용은 예상했던 것과 비슷했지만, 제작 과정에서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점과 친철함에서 느껴진 신뢰감에 단번에 결정)

 

'정말 내가 출판을 하는구나!'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인쇄소를 정한 것만으로도 정말 정말 큰 일을 해낸 것 같아서 살짝 울컥하기도 했다.

(예상하지 못한 텀블벅 덕분에) 감사하게도 예정된 부수보다 더 많은 분들께 채소다방을 전할 수 있게 됐을 때

과장님이 우리만큼 기뻐해 주셔서 나에게는 여러모로 남다른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

다시 책을 낼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한 번 이곳과 작업하고 싶다.